나의 이야기

미이라가 된 당신

만덕이2 2017. 6. 13.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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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2000년후

당신은 미이라로 발견되었다

그렇게도 잃어버리고 싶지 않던 살들이

이젠 모두 썩고 말라 없어지고

가까스로 사람의 형체를 드러내는

2000년이 지난 미이라.


당신이 아니라,

당신의 삶을 알고싶어하는 연구가에 의해

당신은 낱낱이 분해된다.


잇빨은 스물여덟개

두개골의 용량은 천사백오십씨씨

키는 백 칠십에

사지의 길이는 칠십 팔센티...


척추와 골반이 약간 비틀어진 당신은

80년을 산 것으로 추정되고

아랫턱에 끼워진 임플란트 흔적이

당시 빛나던 치기공술을 말해준다.


연구가는 살 처럼 물렁한 점토를 붙여

당시의 당신을 재현하는 데

2000년 전의 당신은 웃음기 사라진 얼골에

눈은 약간 덜 처진 젊은 모습으로

다시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


당신은 누구였던가?

뼈와 살과 피로 찬란하게 살고 갔던

그는 누구인가?


두개골 속의 번뜩였던 생각들로

도구를 만들고

사람들과 만나 사랑을하고

널리 사회를 이루고

애증을 오가며 기뻐하고 번민하던 인류

그는 누구인가?


뼈와 살과 피는 이미 당신이 아니니

당신이라 할 것이 아무 것도 없는

2000년이 지난 지금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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