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오랜만에 경주쪽 산행을 했습니다, 경주 왕의 길에서 기림사까지.
이 왕의 길이란 옛날 신라의 왕 신문왕이 아버지 문무왕의 유지를 받들어 동해 대왕암에 선왕 장례를 치르러 가던 길입니다. 당시를 생각해보면 낮은 산고개를 골라 넘었을 터이니 요즘엔 또하나의 험하지 않은 트래킹 코스가 된 셈이군요.
경주에서 감포로 넘어가는 중간, 추원 버스정류소 근처에서 내려 산쪽으로난 차도를 따라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한적한 산촌에 군데군데 팬션같은 집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가니 개가 요란하게 짖습니다, "그래 그래 반갑다.." 우리는 그저 우릴 반기는 인사라 여깁니다.
한참을 올라 마찻골이 나오고, 여기서 부터 왕의 길 구간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이젠 포장도로는 없고 고즈녁한 산길이 우리를 맞이합니다. 참고로 공식 화장실은 여기가 처음이자 마지막입니다.
몇년 전 포항지역 태풍때 길이 많이 유실되어 출입이 금지되었었는데 오늘 와보니 다리도 많이 생기고 개울이 잘 정비되어 있네요. 몇 년전 그때 처럼 왔다가 헛걸음 할 일은 이제 없겠네요.
몇번 오르기를 반복하고 개울도 건너 도착한 곳은 수렛제. 여기까지도 왕의 수레가 지나갔던 곳이라는데 길이 어렵기도 하거니와 위험했을 텐데 왜 굳이 수레를 탔었는지 조금 의아하긴 합니다. 우리처럼 걸으면 건강에도 좋았을 텐데 말입니다.ㅎㅎ
수렛재에서 우리 일행중 여섯 명은 함월산을 경유해서 기림사로 내려오겠다고 떠났습니다.
함월산, 달을 머금었다는 뜻인데 맞은편 토함산이 달을 토해내면 이 함월산이 받았나요? 참 재미있는 산이름입니다.
낙엽이 많이 쌓여 무릎, 허벅지 까지 들어갑니다. 깊은 곳은 목까지도 찹니다.^^
낙옆이 깊어 한번씩 미끌어지기도 합니다, 조심스럽네요.
그렇게 수렛재에서 비탈길을 내려오니 산 허리를 도는 아름다운 길이 나타납니다. 왕의 길에서 가장 아늑하고 푸근한 산길이 한 오리 가량 이어집니다. 친구들이 무슨 이야긴지 이곳 저곳에서 웃음이 터집니다. 모르긴 해도 등산의 미덕 중 하나는 이렇게 사람을 많이 웃게 한다는 게 아닐까요?
이윽고 마지막 관문인 용연폭포에 도달하였습니다. 신문왕이 선친에게서 받은 옥대의 장식 이파리 하나를 던졌더니 용으로 화하여 승천하였다는 그 용연입니다. 지금이 갈수기지만 물이 제법 있습니다, 앞에 바위 벽이 담장 처럼 에워싼 뒤쪽으로 들어가 폭포가 있네요, 몇 년 전에도 이런 모습이었나 기억이 잘 나지 않네요. 그럼 몇 년 후에도 또 기억을 못할까요?ㅎ...
< 감나무 위의 까치집 - 멋진 곡창지대에 자리를 집았군요 ㅋ >
폭포에서 기림사에 이르는 길은 고요하고 포근합니다. 기림사는 언제 봐도 좋습니다. 나의 친할머니가 고향마을에서 여기까지 기도를 다녔다니 지금 생각해도 엄두가 나지 않는군요. 지도에서 보니 직선거리로 17km나 되니 족히 왕복 백리길을 걸어서 다니셨다니 정말 순례길이 따로 없군요.
기림사는 오래된 대적광전이 국보입니다, 관음전의 천수천안 관세음보살도 볼만합니다, 손이 천개나 달려있어 원하면 언제든 곧장 도와주신답니다.^^ 그 외에도 삼층석탑이며 응진전, 약사전 등등 볼거리가 많은 기림사입니다
기림사 앞 주차장에서 버스를 타고 골굴사라는 절을 방문하였는데 이곳은 선무도를 하는 곳이랍니다. 우리가 익히 들은 소림사 무술하는 스님들 처럼 이곳은 선무도라는 무술을 연마하는 스님들이 있는 절입니다. 들어보니 옛날 왜구의 잦은 침범으로 기림사에서도 무술을 가르치고 한 때 승병도 있었다네요.
모두 즐거운 산행을 마치고 저녁식사는 울산에 있는 "마장동김씨"네 식당에서 두툼한 삼겹살로 마무리하였습니다. 일행중 PD 최선생이 아는 집으로 예약을 해뒀네요. 알고보니 맞집이라 줄을 서는데 우리 일행이 40명이나 되니 줄 선 사람들께 미안하기도 하네요. 고기맛도 좋고 젊은 청년들이 서빙을 해줘 특색이 있었어요. 아무튼 오늘은 역사 유적도 둘러보고 친구들과 한껏 웃었던 즐거운 하루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