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에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어떤 사람이 나를 괴롭혔을 때 끝까지 따라가서 두배로 갚아주어야지 하는 생각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니 내가 점점 더 나쁜 사람이 되어가는 것을 느끼며
그러면 대체 어찌해야 하나 하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봤는데 어쨌든 복수는 좋은 방법은 아니라 생각했었다.
더글로리는 복수극이다. 드라마를 보면서 끊임없이 어렸을적 나의 그 물음에 답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작가의 생각이 궁금했는데 작가는 역시 명확한 결론을 내 놓지는 못했다.
대부분 우리가 어렵게 생각하는 주제들은 역시 작가들에게도 쉽지 않는가 보다.
복수를 끝낸 주인공과 피해자들은 과연 행복할까?
내 생각엔 역시 그들은 복수를 통해 행복을 얻지는 못하는 것같다.
단지 복수라는 일련의 프로세스를 통해 피해를 받기 이전의 상태로 회귀하여 새출발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작가에게 나는 절반 쯤 동의한다.
절반을 동의하지 못하는 것은 그 회귀가 정말이라면 그때처럼 행복해져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 피해, 트라우마를 극복해 낼 수는 있을까?
먼저 결론을 말하자면, 삶의 차원이, 관점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되는 수 밖에 없다.
같은 차원에서는 답이 없다. 피(彼) 아(我)를 나누고 대립하는 관계로 세상을 보는 한에는 벗어 날 길이 없다.
피아를 나누기 이전 단계의 관점회복이란 삶 자체에 대한 깨달음을 의미한다.
오히려 더 어렵기만한 결론이라 아니 할수 없다, 차라리 복수가 쉬운 길인듯 보인다.
하지만 복수는 그 너무나 뻔한 결말이 눈에 보인다.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불러오기도 하고 인간성의 훼손이라는 더 큰 데미지를 피하기 힘들다.
공자는 "군자란 어떤 일을 당했을때 자신에게 원인을 찾고 소인은 바깥 탓을 한다"고 했다.
이 말은 더글로리의 주인공 동은이의 불행이 동은이 자신 탓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복수의 과정에서도 부단히 자기 성찰을 이어나가야 "복수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란 뜻이다.
복수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멋진 사람(군자)이지 그렇지 못한 앙갚음은 한갖 소인배의 일이다.
더글로리의 작가는 드라마 끝부분에 복수를 완성한 동은이 끝내 자살을 생각하지만
주여정의 어머니의 간곡한 요청으로 여전히 복수를 위해 고뇌 중인 주여정을 돕기시작하는 것으로
죽음에서 다시 삶으로의 회복을 말하지만 그리 속시원한 메시지는 아니 다.
드라마는 복수 때문에 길지 않은 인생의 황금기를 거의 날려버리는 것이 과연 현명한 일일까 생각케하지만
복수도 못하고 찌그러져 인생을 트라우마에 갇혀사는 건 가장 비참하고 불행한 삶으로 그리고 있다.
학폭 뿐 아니라 얼마나 많은 폭력이 사회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없는 요즘이다.
그 피해자들의 숫자도, 아픔의 크기도 예상을 훨씬 웃돌 것으로 보인다.
제발 이제 더이상 이런 폭력이 없는 사회가 빨리 되었으면 하고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