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일요일 모처럼 스케줄이 없다.
보통은 등산 약속이 있는 편인데 이번엔 연휴라 내일 월요일에 등산을 한다고 전갈이 왔다.
나는 정상 출근하는 날이라 부득이 불참을 통보했다.
그리고 보니 하루종일 빈둥거렸다. 집사람에게 바람이나 쐬러 통도사나 다녀올까 했더니 몰살나서 싫단다.
모처럼 한가한 시간이라 미뤄뒀던 책 난중일기를 읽었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당시 심정이 적나라하게 씌여있었다.
지금 우리 생각보다 전쟁은 훨씬 길었다. 정유재란까지 7년이나 걸린 긴 전쟁 이었다.
공의 정신력은 처음이나 마지막이나 한치 흐트러짐이 없었다는게 경이롭고 절로 옷깃을 저미게 된다.
어찌 인간적인 아픔이 없었을까... 원균의 모함으로 옥에 갇혀 죽음 일보직전 까지간 고초를 겪고
만신창이로 출옥 하였을 즈음에 ..모친상을 당해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을 안고 백의종군을 떠나는 모습에 마음이 너무 아팠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아끼던 셋째 아드님이 전사하자 공은 목놓아 통곡하였었단다.
'내가 죽고 네가 살아야지 어찌 네가 죽고 내가 남는가' 하며 주저 앉아 울기를 수삼 차례 하였다하니
어찌 그 심정을 십 분지 일이나 알겠는가 마는 나도 눈 시울이 젖었다.
어떤 날은 한 줄로 그치고 또 어느날은 길게 소상하게 적혀있는 날도 있었다.
특히 명량해전 이후에 적은 일기에는 소상한 전투상황이 그려져 있었다.
죽기를 각오하고 적진에 뛰어들도록 명령하고 실천토록한 장면은 영화 명량에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안위야 군법에 죽고싶으냐, 도망간들 어디에서 살 것같으냐!" 영화의 대사가 일기에 그대로 나와있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은 영화가 아니라 오백 년 전 그날 우리 땅 전라도 앞바다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는 것이다.
공을 비롯하여 그날 노를 젓던 병사나 활을 쏘고 포심지에 불을 붙이던 모든 우리의 선조들은 진정한 조선의 영웅들이었다.
난중일기는 군더더기 없는 간단 간단한 글들이었다.
하지만 그 어떤 수식어 못지 않은 감동을 불러 일으키는 이유는 아마 사실에 근거하였기 때문이고
다른 한가지는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서술하였다는 것일 것이다.
특히 원균에 대해서는 음흉하고 무례하며 탐욕스럽다고 수십 차례나 반복해서 언급을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