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56

등산 후 뒷풀이

언제 부턴가 이젠 뒷풀이가 없어져가고 있다.다들 술에 자신이 없어 일찌기 마감하고 귀가하는 게 보통이 되어버린 것이다.지난 일요일엔 오랜만에 뒤풀이가 있었다. 남 회장님이 깃발을 들고 정하 쌤이 바람을 잡아 2차에서 3차 노래방까지 풀코스로 따라간 사람이 일곱이나 되었으니 모처럼 만에 성황(?)을 이루었다.역시 체력만 되면, 다음날 업무에 지장만 없다면 뒷풀이에서 서로 좀더 깊은 속내를 내보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날 발단이 된 것은 나의 "獨立無懼"라는 발언 부터였지 싶다.언젠가 TV 프로에서 한 은퇴한 신부님이 지리산 자락에 노년의 가람을 만들어 지내는 이야기가 방영되었는데, 그 분의 이야기 중에 이 말이 나왔다며 내가 나름의 의미를 해석해 보탰더니 그 이야기가 신선하고 공감되었다며 2차 뒷풀이가 ..

나의 이야기 2024.02.06

실속

요즘 청년들이 유독 몸집들이 좋다. 한때 헬스장에 가서 몸을 만드는게 유행인듯 많이 몰려 갔었는데 아직도 그런 영향인지 젊은 청년들의 몸들이 다 좋다. 근육을 키워 울퉁불퉁한데 또 유행인 듯 야릇한 문신까지 새겨넣어 어떨 땐 약간 혐오스럽기 까지 하다. 사람을 모를 땐 그의 말이나 행동을 뒤집어 보면 뭔가가 보일 수 있다고 했다. 육체를 키울 땐 그가 마음이 빈곤하다고 보면 된다는 뜻일까? 우리는 은연중에 자기에게 부족하거나 현재 집착하고 있는 것들을 자주 말한다. 마음이 안정이 안되고 허전할 때 누구는 열심히 운동을 한다고 했다. 심리학적으로도 육체를 열심히 놀리는 것이 마음을 쉬게 할 수 있다고 한다. 과연 몸을 멋지게 가꾼 만큼 마음도 아름다울까? 나는 인간의 행복이 겉을 꾸미는 것보다는 스스로의 ..

나의 이야기 2023.07.12

마이크로바이옴

지난날 서울에 김규원 교수를 만났다. 자신도 암투병 중인데 부인 상을 당하고 혼자 어찌 살고있나 싶어서 가봤다. 여러번의 수술 결과로 씹는 게 쉽지않고 느려서 같이 식사를 못하겠다 해서 차나 한잔 하고 왔다. 책을 한권 들고 왔다. 그 아픈 와중에도 책을 썼단다. 마이크로바이옴 -건강과 노화의 비밀 이라고 적혀 있다. 외국서적을 번역한 것이다. 그리고는 이 마이크로바이옴은 바로 약사들의 영역인데 약사회가 적극적으로 영역 선점을 하고 있는지 물었다. 나는 취급은 많이 하고는 있으나 적극적으로 영역화하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사실 이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약사들이 취급하기에 아주 적당한 영역이지만 독점적으로 만들기엔 여의치 않다. 더구나 실정을 보면 오히려 약사들이 이 영역의 변방으로 밀려나있는 것을 볼 수 ..

나의 이야기 2023.06.28

응삼이

전원일기 응삼이 故박윤배씨를 휴먼테크가 AI를 이용해 우리 앞에 내 보였다. 옛날 같으면 저승에서 잠시 나왔다고 생각하겠지만 이젠 과학의 힘이라고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실시간으로 묻고 답하고 감정을 소통케하는 현대 과학의 힘은 정말 대단하다. 출연자 모두 눈물을 훔치며 응삼이에게 안부를 묻고 덕담도 했다. 뒷부분에 그의 딸 혜미와 눈물로 대화하는 장면은 끝내 모두를 울리고야 말았다. 냉정하게 말하면 그는 저승에서 온게 아니다, 그렇지 않은가? 수많은 응삼이의 파편들을 모아 저렇게 즉문즉답이 가능하도록 시연해 놓은 것이다. 수 없이 많은 응삼이의 파편들이 우리 눈앞에 응삼이를 드러내 보이듯 세상 만물도 수많은 파편들의 모임은 아닐까? 사과는 수많은 '사과가 아닌 것들'의 모임이라고 틱낫한 스님은 말했었..

나의 이야기 2023.02.08

찜질

새로 이사를 온지 1년 여가 지났다. 가장 좋은 점은 집사람이 흡족해 하는 것이고, 다음으로 내가 좋아하는 찜질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침대에서 자는 것은 따뜻하게는 잘 수 있으나 찜질은 안된다. 찜질은 바닥에 내려와 지지는 것이지 침대에서는 불가능하다. 따뜻하게 자는 것과 바닥에서 지지며 한 숨 자는 것은 다르다. 몸이 다르게 반응한다. 지지는 것은 땀이 나게 한다, 마치 운동을 땀나게 하는 것처럼, 그래야 몸이 변화하는 것같다. 운동을 할 때 숨이 차지 않으면 운동 효과가 없거나 미미하다고 한다. 의사들이 걷기운동을 권할 때에도 늘 절반가량은 빠르게 걸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가 이런 것 때문이다. 지지는 것은 마치 뜸을 뜨는 것과 견줄 수 있다. 뜸은 핫팩으로 그 부위를 따뜻하게 하는 것과 차원이 다르..

나의 이야기 2023.01.11

나의 해방일지

얼마전 코로나가 걸려서 집안에 격리되어 며칠을 지냈다. 문 밖을 나설 수가 없고 컨디션이 나쁘니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이 드라마는 그 때 봤다. 1편 부터 16편을 이틀에 걸쳐 봤다. 보통의 시민, 크게 내세울 것도 재능도 고만 고만한 우리의 이야기를 그린 이 드라마를 보면서 이 해방이라는 말을 해탈이라는 말로 대체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해탈을 대단히 거창한 득도의 경지로 여긴다. 불교의 고승들이 수십년 도를 닦아 얻는 높은 경지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이런 생각이 잘못된 것이라 생각한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갖가지 문제로부터 자유롭기를 원하고 이 자유를 얻는 것을 작가 처럼 해방이라 부를 수도있고 점점 더 근본적인 문제에 천착하여 더 큰 자유를 얻는다면 해탈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나의 이야기 2022.12.17

일대 전환

사람은 어떨 때 변할까? 깨달을 때 변한다. 깨닫는다는 게 도가 통한다는 뜻이 아니라 뭔가 진정으로 알고싶어하는 것의 실상을 볼 때 변한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한 친구의 실제 모습을 알게될 때, 그 전에 생각했던 그와는 또 다른 모습을 보게될 때 그에 대한 생각이 바뀌는 것이다. 또 예를 들면, 직업에 대한 또 다른 경험을 한다면 우리는 직업에 대한 생각을 고쳐가질 수도 있다. 그 전엔 멋진 직업으로만 보이던 것이 실제는 전혀 다른 실상으로 다가올 때 우리는 직업의 선택에 대한 관점을 바꿀 수 있다. 그외에도 예를 든다면 끝이 없이 많다. 그리고 누구나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조금씩 바뀌어 간다, 성장하기도 하고 거꾸로 퇴보하기도 한다. 그런 과정이 주로 어디에 쏠려 있 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일생이 그려..

나의 이야기 2022.11.13

인생

사람의 일생이란 자기가 고픈대로 흘러간다. 밤이 고프면 밥을 찾아, 술이 고프면 술을 찾아 가듯이 각자 고픈대로 간다. 나는 무엇이 고팠느냐고 하면 삶의 근본이 궁금했었다. 지금은 이렇게 말하지만 그 당시엔 근본이 궁금한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저 내가 진정 원하는 게 이거다 싶어 달려가 보면 뭔진 모르지만 어딘가 한 2% 부족했었다. 그래서 다른 걸 해 봐도 역시 100% 만족은 되지 못했다. 불교 학생회나 다른 수행 단체를 다녀봐도 어쩐지 겉도는 것만 같았다. 혼자서 책방을 이곳 저곳 기웃거리기도 했지만 늘 불교의 책을 언저리를 서성거렸었다. 지금 되돌아 보면 그게 모두 삶이란 무엇인지 이른바 '존재의 실상'에 대한 끌림 같은 것이었다. 나는 그 끌림으로 끝내 깨달음을 얻게 되었지만 이 앎에 관한 ..

나의 이야기 2022.11.10

2차 장마?

장마는 많이 들어봤지만 2차 장마라는 말은 잘 쓰이지 않는 말이다. 이번 서울 강남과 경기 남부에 집중된 호우로 그 지역이 물바다가 되었다. 메스컴의 해설자는 이게 2차 장마라서 그렇단다. 북태평양의 더운공기가 팽창될 때 우리나라 북쪽의 서늘한 공기와 만나 장마전선이 생긴다고 배웠다. 당연한 이치로 오르내리므로 6~7월에 북상하던 장마전선은 8월이면 남하한다. 그런데 8월의 남하하는 전선을 우리는 장마라 부르지는 않았던 걸로 나는 알고있다. 태풍이 오지 않고서는 그리 심한 폭우가 없는게 예년의 8월이었는데 이번엔 좀 특이하다.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좁고 긴 전선이 형성되어 하루 400mm 정도를 퍼부었다고 한다. 심지어 동작구에는 시간당 130mm가 왔다고 하니 놀랄일이 아닐 수 없다. 상가 침수는 기본..

나의 이야기 2022.08.09

善의 連帶

MZ 세대의 특징이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내가 본 한 가지는 선(善)을 연대(連帶)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돈쭐내기" 같은 선한 이웃에 단체로 참여하여 그들이 공유하는 가치를 제고하는 일에 서슴치 않는 것이다. 그와 반대로 그 가치에 반하는 기성의 무례함이나 몰염치함에는 결코 동조하지 않는 단호함도 있다. 앞선 세대가 그런 무례나 몰염치에 상대적으로 관대하였다면 MZ들은 그렇지 않다. 나는 이런게 우리 인식과 문화의 향상을 위하여 매우 좋은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러한 인식은 갑자기 생겨난 것은 아니다. 수십년 전부터 우리사회에서는 부도덕한 재화를 생산하는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 연기금이나 펀드가 적지 않게 있어왔다. 요즈음 투자 포인트 중 하나인 ESG도 이런 맥락의 연장선 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나의 이야기 2022.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