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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었을 때 그 젊은날이 처음이어서 서투르고 머뭇거리다가 젊음이 흣딱 지나갔다.
중년이 되어서도 일에 묻혀 그 세월이 어떤 세월인지 느껴보지도 못한 사이에 또 세월이 훗딱 가버렸다.
이제 만년의 세월이 남아있는데 나는 또 망설이고 있다.
아이들은 이제 아부지 삶을 찾으라고 하지만 무엇이 내 삶인지 솔직히 알지 못한다.
이거다 내 놓을건 없지만 한 순간도 빈틈없이 채워져 드러나는 이 모든 것들 중에 딱히 내 것이라 할 게 없다.
내 가족 내 재산 내 명예 모두 내것 같지만 내가 가고나면 무엇이 온전히 남을까?
우리 부모나 친지들도 죽어 한 줌 재로 묻히고 나니 그들과의 추억만 가슴에 남아 있을 뿐 아무것도 없다.
추억만 남는 것일까? 어떤 대단한 사람은 그 업적을 추억속에 남기는 것이고...
사람들이 주-욱 이어서 살아가는 거기엔 뭔가 남는게 있을까?
이들 공동체의 정신 같은 것은 후대에 이어지겠지만 나머지는 아무것도 없다.
그 정신이라는 것도 결국은 무한한 세월이 흐르면 변하고 변하다가 인류의 멸망과 함께 흔적조차 없이 사라지겠지.
이런 헛개비 같은 문명놀음은 그래도 우리 개체가 기대는 신기루와 같은 의지처이다.
그래서 부처님은 이천 오백년 전에 인간을 근원적으로 가련한 존재라고 일렀던 것이었나보다.
그저 그렇게 사는 요즘 나는 또 만년이 처음이라며 다시 머뭇거리기만 하고있다, 예상컨데 이 시간도 아마 훗딱 지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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