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부턴가 이젠 뒷풀이가 없어져가고 있다.
다들 술에 자신이 없어 일찌기 마감하고 귀가하는 게 보통이 되어버린 것이다.
지난 일요일엔 오랜만에 뒤풀이가 있었다. 남 회장님이 깃발을 들고 정하 쌤이 바람을 잡아 2차에서 3차 노래방까지 풀코스로 따라간 사람이 일곱이나 되었으니 모처럼 만에 성황(?)을 이루었다.
역시 체력만 되면, 다음날 업무에 지장만 없다면 뒷풀이에서 서로 좀더 깊은 속내를 내보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날 발단이 된 것은 나의 "獨立無懼"라는 발언 부터였지 싶다.
언젠가 TV 프로에서 한 은퇴한 신부님이 지리산 자락에 노년의 가람을 만들어 지내는 이야기가 방영되었는데, 그 분의 이야기 중에 이 말이 나왔다며 내가 나름의 의미를 해석해 보탰더니 그 이야기가 신선하고 공감되었다며 2차 뒷풀이가 만들어졌던 것이다.
다들 이런류의 이야기에 목말라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쭈뼛거리며 주위를 맴도는 우리들이다.
그까짓것 어찌되었건 사는데 뭔 지장이 있을까 이렇게 생각하고 지낸다.
마치 신발속에 끼어든 작은 돌 처럼 그냥 걸을 수는 있는데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결국 참을 수 없을 만큼 불편하며는 드디어 걸음을 멈추고 신발을 벗어 돌을 털어내는게 우리네 삶이라고 얘기 했더니 모두 공감했다.
사실은 여기에서 부터 시작이 된다, 그 목마름이 일시 가셔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깨끗이 잊고 갈길 가는게 90% 이다.
나머지 열에 한 명 정도가 계속 관심을 가지지만 어디에 이야기 해볼만한 데가 없어 속에만 담아두고 지내다가 요번 처럼 드물게 얘기되는 이런 주제를 만나면 반짝 눈망울이 초롱해지고 재미있어지는 것이다.
나이 들면서 이런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어찌 안 그렇겠는가, 이제 죽음이 멀지 않았는데!
이런 이야기를 자연스레 풀어 낼 수 있는 마당이 좀 자주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읽을 수 있었다.
어쩐지 어색한 이런 이야기들도 자꾸 해보면 덜 쑥쓰덥고 덜 부끄럽겠지, 사실은 이게 우리의 진실한 속내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