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28

그림

만년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그림그리기를 시작하고 이제 서너편의 따라 그리기를 완성했다. 그려보니 그려지는게 신기하다. 다른 명작들도 몇번 따라 그려보고 통도사 극락암 풍경에 한 번 도전해봐야겠다. 오늘 오후 시간이 나서 피카소 그림들에 대한 인터넷 글들을 읽어 보였다. 그림을 자연에 대한 따라 그리기로 보는 관점과, 보이는 것에 대한 나름의 해석을 표현한 것으로 나눌 수 있다. 르네상스 이전에는 자연이 100%라면 그림은 가장 잘 그리면 99%였다. 즉 자연에 대한 묘사나 모방이 전부였다고 볼 수 있다. 그리는 방식도 대동소이해서 고전적인 회화기법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였다. 인간 내부에 관한 성찰이 거의 없던 시대였다고 할 수 있다. 그나마 르네상스 이후 부터 인간들은 자신의 사고나 이성에 대한 성찰이..

일상 2022.07.17

행복

행복할 수 있는 사람과 그럴 수 없는 사람이 있다. 사랑을 하거나, 돈을 모으거나 명예를 추구하거나 다 똑같이 행복할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절대적으로 사람을 구분하는 말은 결코 아니지만 그런 조건은 있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은 그 마음이 변치 않는다. 그저 행복하다. 그의 조건들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그 존재를 사랑한 것이므로 --- 어떻게 그 존재가 변할 수 있을까? 사랑할 뿐아니라 미워하거나 섭섭해하는 감정조차 사치스런 군더더기다. 참으로 신기하다, 사람이란게 이런게 한 순간에 이루어진다. 아니, 이루어진다기 보다 그런 모드로 순간 쉬프트(shift)가 되어버린다. 이건 마치 깨달음 같다. 그러나 그 존재를 보지 못한 사랑은 여건과 환경에 따라 변한다. 여전히 겉돈다, 나와 나 아닌 것..

일상 2022.06.23

유퀴즈 구준엽

쿵따리 사바라로 유명한 클론의 구준엽이 결혼을 한다고 유퀴즈에 나왔다. 오래전 가수라 우리 같은 늙다리들에게도 익숙한 인물이라 반갑게 보았다. 20년만에 재회한 옛사랑과 결혼한다는 그의 표정이 행복감으로 넘쳐난다. 사적으로 그를 모르지만 절로 축하하는 마음이 이는건 그 애틋함으로 20년을 지나왔다는 사실을 오늘 알게되어서이다. 이야기를 들으니 이 두사람은 정말 깊이 사랑하는 게 느껴진다. 이렇듯 사랑이란, 아니 진짜는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변하지 않는다. 가수 최백호의 '그쟈' 노래가사 처럼. 이런 사랑은 드라마나 소설책에서나 있을 법한데 실제로 우리 곁에 있다니 다시 감동이다. 덕분에 세상이 아름답게 느껴진 저녁이었다.

일상 2022.06.22

눈병

지난 토요일 아침 부터 눈이 이상했다. 약간 충혈이 되고 눈물이 코로 나왔다. 그러다 급기야 통증이 생겨서 아랫쪽 안검을 까보았더니 빠알간 점 모양의 상채기가 있었다. 처음엔 다래낀가 보다 생각하여 그에 맞는 약을 먹어보아도 별로 듣는것 같지 않았다. 퇴근해 집에 오면서 안연고랑 시크린 안약을 가져와 넣고 항생제를 먹어봐도 아침에 조금 낫는듯 하더니 마찬가지다. 오늘은 아로마 산행이 있는 날인데 어쩌면 좋을지 약간 갈등이 생겼다. 그래도 오늘은 내가 점심을 내기로 한 날이라 빠질수 없다. 가는 길에 약국에 들러 플루메토론 안약과 토브라마이신 안약을 챙기고 혹시나 코로나가 온건 아닌지 테스트를 해보니 음성이다. 눈이 아픈 게 아무래도 안대를 하고 가는게 좋을 듯해서 안대까지 한 코스프레를 하고는 출발했다...

일상 2022.04.26

요즘

요즘은 다시 나를 본다. 무얼 해도 원천적으로 부족함은 없지만 인연에 맞게 지어나갈 뿐이다. 원효의 무쟁삼매라는 말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세상과 다투지 않는다는 말도 같은 뜻으로 새겨진다. 세상엔 각 분야에 전문가가 많기도 하다. 나는 어떤 전문가일까? 이 나이에 새삼스럽게 전문가가 되려고 욕심 낼 바는 아니지만 '하고싶은 일'이라는 분야는 있고 차근히 궁금증을 따라 궁구해나아가면 어느덧 세상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정도가 되면 이른바 전문가가 되어가는 것이다. 그래봤자 허공에 그린 그림처럼 덧없다. 요즘처럼 치열하지 않은 시절은 예전엔 없었던 것같다. 이게 나이탓인가? 경험이라는 재미가 떠나고난 공간에 홀로남은 노잼의 무엇이다.

일상 2021.11.18

적조(寂照)

이 적조는 부처님의 경지다. 어떤 경우에도 흔들리지 않으면서 만사를 비춰내는 구경의 경지를 일컫는 말이다. 우리 범부의 일상사를 영위하면서도 그런 흔들림 없음이 가능할까?라고 묻는 물음은 이 寂照를 잘못 해석한 물음일 가능성이 크다. 적조란 이미 흔들릴 아무것도 없음을 체득한 것이니 일상의 그 어떤 일도 적조를 흔들 수가 없다. 마치 대그림자가 마당을 쓸지만 먼지하나 일지 않듯이(禪詩). 우리는 자칫 일상사에서 희노애락의 감정이 일어나지 않아야 깨달은 마음이라고 잘못 생각한다. 때에 따라 참아보기도 하고 무심해보기도 하고 달려들어 따져보기도 하는게 삶인데 어떻게 안 흔들릴 수가 있냐고 한다. 적조란 이런 일상의 제반사가 본질적으로 텅 비어 있음을 철견하는 일이다. 텅비어 시비라 할 것이 없으면서(寂) 열..

일상 2021.08.22

봉래산 산행

오랜만에 영도의 봉래산을 다녀왔다. 친구 몇이서 쉬엄쉬엄 걸으며 정상을 지나 바닷가 산책길을 돌아보고 왔다. 바닷가 산책길에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우리는 이미 한물 간 사람들이란걸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이면 더 확연하게 느껴진다. 나이로 보나 뭘로 보나 이젠 어쩔 수가 없다. 젊은 남녀들이 즐겁게 웃으며 사진을 찍고 거니는 모습이 참 부럽고 아련하다. 우리에게 언제 저런 시절이 있었던가 하는 심정이다. 참 청춘은 덧없이 흘러가버렸구나. 그렇다고 저들의 것을 탐내는 건 너무 추하다, 어찌하면 멋있게 나머지 시간들을 마감할 수있을까? 물론 마음속에 한점 후회없이 말이다. 우리도 나름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코로나 중에도 사람들의 열정은 넘쳐난다, 우리나라의 힘이다.

일상 2021.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