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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조(寂照)

이 적조는 부처님의 경지다. 어떤 경우에도 흔들리지 않으면서 만사를 비춰내는 구경의 경지를 일컫는 말이다. 우리 범부의 일상사를 영위하면서도 그런 흔들림 없음이 가능할까?라고 묻는 물음은 이 寂照를 잘못 해석한 물음일 가능성이 크다. 적조란 이미 흔들릴 아무것도 없음을 체득한 것이니 일상의 그 어떤 일도 적조를 흔들 수가 없다. 마치 대그림자가 마당을 쓸지만 먼지하나 일지 않듯이(禪詩). 우리는 자칫 일상사에서 희노애락의 감정이 일어나지 않아야 깨달은 마음이라고 잘못 생각한다. 때에 따라 참아보기도 하고 무심해보기도 하고 달려들어 따져보기도 하는게 삶인데 어떻게 안 흔들릴 수가 있냐고 한다. 적조란 이런 일상의 제반사가 본질적으로 텅 비어 있음을 철견하는 일이다. 텅비어 시비라 할 것이 없으면서(寂) 열..

일상 2021.08.22

需 지 小畜

토쿄 올림픽이 뜻대로 성공할까를 점친 결과 수천수의 상효가 동해 소축이 되었다. 효사가 난해하다. 入于穴 有不速客三人來 敬之 終吉. 우선 구덩이에 빠진다고 하는 말은 위험에 빠진다는 뜻으로 보인다. 청하지 않은 손님 셋이 온다는 뜻은 무엇일까? 不速客이 청하지 않은 손님으로 해석하는게 맞나? 토쿄올림픽에서 손님이란 선수와 관객 그리고 취재기자들이 아닐까? 그렇다면 청하지 않은 손님이란 코로나19 같은 류가 아닐까. 敬之는 警之로 해석하기도 한단다. 공경하건 경계하건 가벼이 여기지 않음이다. 풀이하면 (올림픽을 치른다는 것은) 위험에 빠지는 일이다, 원치 않는 서너가지 변수(코로나19, 반대시위, 스폰서의 이탈등)들을 가벼이 여기지 말고 대처하면 (대박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끝낼 수는 있다(終吉). 주역에..

카테고리 없음 2021.06.23

자랑질

자랑질의 심리는 자존감 채우기이다. 그러므로 자랑질을 해대는 사람은 자존감이 낮다. 무릇 어떤 과잉 행동은 뒤집어보면 그 실상이 보인다. 마치 배가 고플수록 밥 생각이 자주나듯, 빠진 이빨 자리로 혀가 자꾸 가듯이 그 결핍은 자주 그쪽을 드나듦니다. 소인배는 자기 자랑 아니면 남을 헐뜯는 일을 일삼는다고 옛 사람들도 말했었다. 어느새 자랑질 하는 스스로를 말끄러미 볼 일이다.

나의 이야기 2021.03.29

봉래산 산행

오랜만에 영도의 봉래산을 다녀왔다. 친구 몇이서 쉬엄쉬엄 걸으며 정상을 지나 바닷가 산책길을 돌아보고 왔다. 바닷가 산책길에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우리는 이미 한물 간 사람들이란걸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이면 더 확연하게 느껴진다. 나이로 보나 뭘로 보나 이젠 어쩔 수가 없다. 젊은 남녀들이 즐겁게 웃으며 사진을 찍고 거니는 모습이 참 부럽고 아련하다. 우리에게 언제 저런 시절이 있었던가 하는 심정이다. 참 청춘은 덧없이 흘러가버렸구나. 그렇다고 저들의 것을 탐내는 건 너무 추하다, 어찌하면 멋있게 나머지 시간들을 마감할 수있을까? 물론 마음속에 한점 후회없이 말이다. 우리도 나름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코로나 중에도 사람들의 열정은 넘쳐난다, 우리나라의 힘이다.

일상 2021.02.28

곰팡이

발톱을 깎다가 눈이 어두워 돋보길 쓰고 깎다가 돋보길 쓰니 너무나 자세히 보이는 나의 발바닥 숱한 곰팡이가 발바닥에 창궐하네 언젠간 이 놈들이 나를 썩혀내겠지 몸뚱어리 그게 뭣이라고 애지중지 육십평생을 살았네 그래봤자 여기 저기 숱한 곰팽이들만 창궐하게된 귀하신 몸뚱어리. 그래 그래 나보다 아니 우리 인간보다 훨씬 오래전 부터 이 땅에 살아오신 곰팽이님이시다. 새삼 사는게 뭔지 그간 배운 온갖 지식과 기술들이 영 허접하게만 느껴진다. 옛사람도 같은 고민을 하였겠거니 인류의 영원한 숙제이다.

카테고리 없음 2021.02.28

무망 지 夬

윤석렬 총장과 추미애 장관이 서로 마주보고 달렸다. 급기야 총장업무배제를 법원의 판단에 맡기는 꼴이 되었다. 어제 결과가 궁금해서 쳐본 점은 무망의 2, 3, 상효가 동해 택천쾌가 되었다. 동효가 많다. 결국은 쾌괘로 끝나니 불의를 징벌하는 상이다 오늘 오후 결과는 점괘대로 되었다. 추장관이 괜한 트집을 잡아 얼굴을 망친 결과가 된 것이다. 감찰도 부정적으로 나왔고 법무차관도 징계반대로 사표를 던진 형국이니 추장관만 사면 초가에 몰렸다. 누구를 탓하랴 모두 무리하게 징계하려 든 스스로에게 돌아온 것일 뿐. 이쯤에서 정리되고 각자 할일로 돌아가면 좋겠다. 점괘는 잘 맞았다고 본다.

카테고리 없음 2020.12.01

隨 지 姤

바이든의 승리를 점쳐서 얻은 괘이다. 隨의 의미는 나이 많은 남성이 젊은 여성을 따르는 상황을 얘기한다. 지괘인 姤가 재미있다. 앞으로 부통령이 된 카멀라 해리스의 비중이 막강할 것을 의미한다. 실세 부통령이자 한 때 바이든의 경쟁자였던 해리스를 누가 얕볼 수 있을까. 모르긴해도 노회한 바이든보다 카멀라 해리스가 차기로 떠오를 것이고 세력의 중심은 날이 갈스록 해리스 쪽으로 기울 듯하다, 지금으로선.

카테고리 없음 2020.11.09

물음

어떤 사람의 물음이 무엇인지는 그 사람의 의식의 수준을 일러준다. 개는 아무래도 정치 같은 걸 모른다, 당연히 정치적 물음은 없다. 초등학생은 아직 인생에 대한 물음이 초보적이다, 대학생의 그것과 차이가 난다. 정치적인 물음도 그가 천착하고 있는 수준을 기본으로 해서 드러난다. 이 바탕(또는 배경)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마치 목소리의 음색과 기본 톤이 잘 바뀌지 않는 것 처럼. 그래서 우리는 전화 목소리만 들어도 누구인지 지금 어떤 상황인지 짐작할 수 있다. 한 사람의 사상의 레벨은 그래서 잘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어떤 물음은 평생가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게 오래 묵은 물음이 어떤 계기로 풀릴 때에 삶은 한단계 레벨업 된다. 그것을 깨달음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크고 작은 깨달음의 크기에 따라 삶에 미치..

카테고리 없음 2020.11.08

인간과 세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바이든이 승리했다. 저 사람은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과도 인연이 있고 한국에도 두번이나 왔다갔었다고 한다. 부통령만 8년을 하고 트럼프에게 정권을 내줬다가 이번에 다시 나와 삼수만에 대통령이 되었단다. 나이가 78세라고 하나 우리나이로 보면 79세거나 80이다. 아직 70도 못된 친구들이 뒷방 노인행세를 하는 판에 노인들에게도 귀감이 된다. 우리 어머니는 79세에 돌아가셨는데... 인간의 삶이란 저렇게 일찌기 정가에 입문하여 대통령이 되기도 하지만 이름모를 들풀처럼 있는둥 마는둥 사라지는 생명은 또 얼마나 많을까. 경전에 쓰인 말대로 삼천 대천 세계의 모래 수보다 더 많은 생명 중에 거의 대부분은 이름없이 피었다 진다. 한 생명의 눈에는 보이는 것이 전부다. 미국 대통령에 관심은 커녕..

카테고리 없음 2020.11.08

가장 맛있는 맥주

가장 맛있는 맥주는 어디에 있을까? 미국에 독일에? 아니면 일본? 혹시 중국 칭따오? 아니다 그건 산 밑에 있다. 등산을 하고 내려오면 정말 맥주가 맛있다. 하이트건 카스건 상관없다. 이렇듯 가장 행복한 사람은 어디에 있을까? 미국에? 스위스에? 아니면 핀란드나 먼 남태평양의 피지섬에 있을까? 이것도 맥주처럼 가장 큰 갈증이 해소되는 자리에 있다. 그 갈증은 학수고대하던 목표이기도 하고 빠져나가고 싶은 불행의 질곡일 수도 있고 인생의 모든 에너지가 축적되는 곳이다. 갈증처럼 행복에 대한 바램도 채워지고 나면 곧 사라져버린다. 한번 행복해진다고 영원히 행복할 수는 없듯이 갈증이 채워진 이후엔 다시 세상은 다른 조건들로 채워지고, 이 조건들에서 다시 갈증이 생기고 우리는 조바심하고 스스로 경책하면서 나아간다..

나의 이야기 2020.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