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57

더글로리

어렸을 적에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어떤 사람이 나를 괴롭혔을 때 끝까지 따라가서 두배로 갚아주어야지 하는 생각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니 내가 점점 더 나쁜 사람이 되어가는 것을 느끼며 그러면 대체 어찌해야 하나 하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봤는데 어쨌든 복수는 좋은 방법은 아니라 생각했었다. 더글로리는 복수극이다. 드라마를 보면서 끊임없이 어렸을적 나의 그 물음에 답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작가의 생각이 궁금했는데 작가는 역시 명확한 결론을 내 놓지는 못했다. 대부분 우리가 어렵게 생각하는 주제들은 역시 작가들에게도 쉽지 않는가 보다. 복수를 끝낸 주인공과 피해자들은 과연 행복할까? 내 생각엔 역시 그들은 복수를 통해 행복을 얻지는 못하는 것같다. 단지 복수라는 일련의 프로세스를 통해..

카테고리 없음 2023.03.11

좌탈입망

나이가 드니 죽는 문제가 이제 먼 이야기가 아닌게 됐다. 심심찮게 친지나 아는 사람 누가 죽었다는 소식을 접하면 알지 못할 어떤 느낌이 실감되면서 나를 포함해서 다음은 또 누구 차례일까 의구심이 든다. 세상의 키워드도 웰빙에서 웰다잉까지 범위를 넓혀나간다. 그래서 바라는 소망은 한 가지, 그저 자식이나 배우자에게 민폐 안끼치고 자는 잠에 조용히 가는 것이다. 옛날 고승전을 읽다보면 도통한 스님들은 앉아서 할말 다하고 이웃집 놀러가듯이 죽음을 맞았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은 한번도 그렇게 대단한 좌탈을 한 선지식을 본 적이 없다. 심지어 석가모니 부처님 조차도 사라쌍수 옆에서 모로 누워 돌아가셨다고 한다. 어찌보면 좌탈입망은 수도하는 사람의 로망을 표현한 것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몇년 전에 약국단골이던 허..

카테고리 없음 2023.03.07

바이오리듬

인간이 뭔가에 의지하게된다는 것은 가다가 길을 잃었다는 뜻일런가? 오늘 아침 몸 컨디션이 영 엉망이다. 어지럽기도 하고 속도 니글거리고 자꾸 변의가 느껴져 아침에 대번을 3회에 걸쳐 봤다. 그래도 배탈이 나거나 설사는 아니다. 아침에 잘 자고 일어났는데 기운도 없고 혈압도 145에 94정도로 평소 보다 10정도 높다. 왜 이렇게 몸상태가 엉망이 되었는지 도저히 감이 잡히질 않는다. 피로할 만큼 과로를 한 것도 아니고 아침 여섯시까지 소변보러 일어나지도 않고 잘 잤는데 무엇이 대체 문제이길래 컨디션이 이럴까? 어제 새로온 머구잎 무침이 좋지 않았나? 제주도 고사리가 문제있나 애먼 반찬들이 투정을 받는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바이오 리듬을 보니 최하위로 그래프가 내려와있다. 나는 바이오리듬을 믿지 않는데 간혹..

카테고리 없음 2023.02.22

응삼이

전원일기 응삼이 故박윤배씨를 휴먼테크가 AI를 이용해 우리 앞에 내 보였다. 옛날 같으면 저승에서 잠시 나왔다고 생각하겠지만 이젠 과학의 힘이라고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실시간으로 묻고 답하고 감정을 소통케하는 현대 과학의 힘은 정말 대단하다. 출연자 모두 눈물을 훔치며 응삼이에게 안부를 묻고 덕담도 했다. 뒷부분에 그의 딸 혜미와 눈물로 대화하는 장면은 끝내 모두를 울리고야 말았다. 냉정하게 말하면 그는 저승에서 온게 아니다, 그렇지 않은가? 수많은 응삼이의 파편들을 모아 저렇게 즉문즉답이 가능하도록 시연해 놓은 것이다. 수 없이 많은 응삼이의 파편들이 우리 눈앞에 응삼이를 드러내 보이듯 세상 만물도 수많은 파편들의 모임은 아닐까? 사과는 수많은 '사과가 아닌 것들'의 모임이라고 틱낫한 스님은 말했었..

나의 이야기 2023.02.08

디테일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어느 영화에서 들은 대사이다. 그런데 실은 성공도 디테일에 있다. 세계제일의 제품이나 가장 잘나가는 요리집 요리도 알고보면 경쟁품과 작은 차이 즉 디테일에서 승부가 갈린다. 심지어 일년에 수십 수백억을 버는 일타강사도 명실상부한 "일타"가 되기까지 결국 디테일이 그를 일타강사로 만들었다고 어제 유퀴즈에서 초청된 일타강사가 말했다. 디테일이란 세밀하게 본다는 의미도 있지만 2등이 보지 못하는 작은 차이를 1등은 보는 것처럼 극한의 주의와 관심을 견지해야만 볼 수 있다는 자세를 의미하기도 한다. 유퀴즈의 일타강사는 24시간 자기 업무에 몰입해 있다고 스스로 말한다. 어떤 일에 하루 종일 매여있다면, 아니 매여있을 수가 있다면 그 일은 조만간에 끝장이나거나 해결된다. 황농문 교수의 ..

카테고리 없음 2023.02.02

재벌집 막내아들

세간에 인기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을 봤다. 백 투더 퓨처나 터미네이터 처럼 미래에서 온 존재를 소재로 했다. 아이디어는 새롭지 않지만 기존 영화가 다룬 거대한(?) 주제대신 우리나라의 최근 히스토리를 중심으로 풀어서 좀 더 현실감이 있고 인기가 치솟지 않았나 생각한다. 재벌의 속사정을 이렇게 그린 영화나 드라마는 하도 많아서 정말로 재벌들은 모두 저럴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드라마를 보면 한 시대만 먼저 경험할 수 있다면 돈벌이는 땅짚고 헤엄치기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은 주식 그래프 보며 사야할 때와 팔 때를 고르는 것이고 가장 어려운 것은 그 그래프가 앞으로 어떻게 갈지 알아맞추는 것이다. 드라마에서 미래세에서 온 주인공 진도준은 투자에서는 거의 신(神)이었다. 다만 작가도 전생과 후생의 ..

카테고리 없음 2023.01.06

聖과 凡

깨달으면 우선 聖이 떨어진다. 聖이란 경배하는 것이다. 깨달으면 그간 신성시 하던 것들의 기반이 사라진다. 그러므로 더이상 경배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聖이 없으면 그 상대 개념인 凡도 자동으로 없어진다. 마치 여자 남자 이렇게 있다가 모두 남자만 있게되면 굳이 남자 여자라는 말이 필요없듯이. 그렇다고 세상에서 통용되는 범, 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단지 실체가 없는 이름 뿐이 凡과 聖이다. 이 범, 성을 다른 말로 바꾸면 중생과 부처다 부처님이 금강경에 이 이야기를 열번 스무번도 넘게 되풀이 했다. 하지만 깨닫기 전엔 이 이야기가 소화가 되기 어렵다. 금강경이 많이 읽히지만 이걸로 깨달은이가 많지 않은 이유가 있다. 연기(緣起)를 모르면 깨달을 수 없다. 연기를 알아야 금강경을 소화할 수 있고 공(空..

카테고리 없음 2022.11.20

핼러윈 참사

지난 밤에 이태원에서 대 참사가 났다. 금요일 뉴스에 이태원에 엄청난 인파가 주말에 몰릴거라고 했었는데 그 예상을 넘는사람들이 몰려 사고가 났다. 비탈길에 앞 사람이 넘어지면서 연쇄적으로 넘어지 면서 압사하는 대형사고가 났다. 이미 사망자가 151명이라며 더 늘어 날 수도 있단다. 왜 핼러윈에 사람들은 그렇게나 열광을 할까? 우리 명절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름다운 풍습이랄 것도 없는데. 한번 쯤 귀신이나 악마가 되어 보고싶은 심리가 우리네 마음 한구석엔 사라지지 않고 늘 자리잡고 있나보다. 마치 거짓말을 나쁜 짓으로 가르치면서도 만우절이라는 예외적인 날을 두는 것처럼. 착하고 거짓말 하지 않으며 살아가라는 게 우리 마음의 에너지를 어느 한 구석으로만 몰아놓은 것일까? 그래서 한번씩 그 울타리가 터지는 날에..

카테고리 없음 2022.10.30

난중일기

오늘 일요일 모처럼 스케줄이 없다. 보통은 등산 약속이 있는 편인데 이번엔 연휴라 내일 월요일에 등산을 한다고 전갈이 왔다. 나는 정상 출근하는 날이라 부득이 불참을 통보했다. 그리고 보니 하루종일 빈둥거렸다. 집사람에게 바람이나 쐬러 통도사나 다녀올까 했더니 몰살나서 싫단다. 모처럼 한가한 시간이라 미뤄뒀던 책 난중일기를 읽었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당시 심정이 적나라하게 씌여있었다. 지금 우리 생각보다 전쟁은 훨씬 길었다. 정유재란까지 7년이나 걸린 긴 전쟁 이었다. 공의 정신력은 처음이나 마지막이나 한치 흐트러짐이 없었다는게 경이롭고 절로 옷깃을 저미게 된다. 어찌 인간적인 아픔이 없었을까... 원균의 모함으로 옥에 갇혀 죽음 일보직전 까지간 고초를 겪고 만신창이로 출옥 하였을 즈음에 ..모친상을..

일상 2022.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