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327

부고와 새해

세모(歲暮)에 친한 친구의 부인상 부고가 떴다. 그 친구도 암으로 투병중인데 그 부인마저 세상을 떠나버리니 참으로 참담한 심경이다. 동기회 카톡방에는 애도의 문자가 줄을 이었다. 그리고 새해 아침 시치미 뚝 떼고 해가 떴다. 어제의 그 애도는 다 어디가고 해는 모든 걸 잊은듯 떠올라 있다. 일월(日月)이 인정에 굽히겠느냐는 어느 고승의 말이 생각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죽음이란 것을 맞고 또 어느 생명은 새로이 탄생하는 듯 보일 것이다. 이렇게 중중무진으로 펼쳐지는 생명현상이 바로 화엄세계의 모습이다. 우리는 이렇게 태어나고 죽고 하는데 천지엔 아무런 흔적도 없다. 마치 새가 아무런 흔적도 없이 날아가듯. 원래부터 생사란 그저 생각 속에 있는 무엇이라 그 생각 놀음을 벗어나는게 공부의 요체라 했..

카테고리 없음 2023.01.04

1등

알쓸인잡에서, 사람으로 태어나려면 누구나 80억 정자 중에 1등을 해야 그게 가능하다고 했다. 반에서 꼴등을 하는 사람도, 세상의 가장 후미진 곳에 떨어진 사람일지라도 한때 80억 경쟁자들을 다 물리치고 1등을 했던 존재라는것. 우리가 이럴진대 무슨 자존감 세우기 같은 어줍잖은 일을 할까보냐. 존재 그 자체가 빛나는 승리를 말해주는데 신나게 살지 못할 이유는 없다.

카테고리 없음 2022.12.23

나의 해방일지

얼마전 코로나가 걸려서 집안에 격리되어 며칠을 지냈다. 문 밖을 나설 수가 없고 컨디션이 나쁘니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이 드라마는 그 때 봤다. 1편 부터 16편을 이틀에 걸쳐 봤다. 보통의 시민, 크게 내세울 것도 재능도 고만 고만한 우리의 이야기를 그린 이 드라마를 보면서 이 해방이라는 말을 해탈이라는 말로 대체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해탈을 대단히 거창한 득도의 경지로 여긴다. 불교의 고승들이 수십년 도를 닦아 얻는 높은 경지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이런 생각이 잘못된 것이라 생각한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갖가지 문제로부터 자유롭기를 원하고 이 자유를 얻는 것을 작가 처럼 해방이라 부를 수도있고 점점 더 근본적인 문제에 천착하여 더 큰 자유를 얻는다면 해탈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나의 이야기 2022.12.17

聖과 凡

깨달으면 우선 聖이 떨어진다. 聖이란 경배하는 것이다. 깨달으면 그간 신성시 하던 것들의 기반이 사라진다. 그러므로 더이상 경배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聖이 없으면 그 상대 개념인 凡도 자동으로 없어진다. 마치 여자 남자 이렇게 있다가 모두 남자만 있게되면 굳이 남자 여자라는 말이 필요없듯이. 그렇다고 세상에서 통용되는 범, 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단지 실체가 없는 이름 뿐이 凡과 聖이다. 이 범, 성을 다른 말로 바꾸면 중생과 부처다 부처님이 금강경에 이 이야기를 열번 스무번도 넘게 되풀이 했다. 하지만 깨닫기 전엔 이 이야기가 소화가 되기 어렵다. 금강경이 많이 읽히지만 이걸로 깨달은이가 많지 않은 이유가 있다. 연기(緣起)를 모르면 깨달을 수 없다. 연기를 알아야 금강경을 소화할 수 있고 공(空..

카테고리 없음 2022.11.20

동쪽과 서쪽

부처님이 우리 삶의 어긋남이 동쪽을 서쪽으로 잘못 안 것과 같은 오류에서 비롯하였다고 했다. 삶을 바꾸는 것은 이렇듯 간단한 것을 바로 잡으면서 시작된다. 실로 동쪽을 동쪽으로 바르게 알게되는 데는 시간이 몇 분 안걸린다. 하지만 현실에서 보면 수 십년 시행착오는 기본이고 어떤 사람에겐 평생을 잘못 알고 죽는 경우가 더 많다. 우리는 작은 오류를 고치는 일은 잘 하지만 전체적인 판을 점검하는 일은 거의 안한다. 부처님의 어려움이 여기에 있었다. 근본문제에 대한 지적을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그걸 설명해야 할까? 그쪽이 동쪽이 아니라 서쪽이라고 말해도 굳이 동쪽이라고 우기는 우리네 삶의 행태는 어느날 자꾸만 핀트가 어긋나는, 뭔가가 수상한 일상의 낌새를 알아채면서 바뀌기 시작한다. 아하...이게 ..

카테고리 없음 2022.11.15

일대 전환

사람은 어떨 때 변할까? 깨달을 때 변한다. 깨닫는다는 게 도가 통한다는 뜻이 아니라 뭔가 진정으로 알고싶어하는 것의 실상을 볼 때 변한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한 친구의 실제 모습을 알게될 때, 그 전에 생각했던 그와는 또 다른 모습을 보게될 때 그에 대한 생각이 바뀌는 것이다. 또 예를 들면, 직업에 대한 또 다른 경험을 한다면 우리는 직업에 대한 생각을 고쳐가질 수도 있다. 그 전엔 멋진 직업으로만 보이던 것이 실제는 전혀 다른 실상으로 다가올 때 우리는 직업의 선택에 대한 관점을 바꿀 수 있다. 그외에도 예를 든다면 끝이 없이 많다. 그리고 누구나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조금씩 바뀌어 간다, 성장하기도 하고 거꾸로 퇴보하기도 한다. 그런 과정이 주로 어디에 쏠려 있 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일생이 그려..

나의 이야기 2022.11.13

인생

사람의 일생이란 자기가 고픈대로 흘러간다. 밤이 고프면 밥을 찾아, 술이 고프면 술을 찾아 가듯이 각자 고픈대로 간다. 나는 무엇이 고팠느냐고 하면 삶의 근본이 궁금했었다. 지금은 이렇게 말하지만 그 당시엔 근본이 궁금한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저 내가 진정 원하는 게 이거다 싶어 달려가 보면 뭔진 모르지만 어딘가 한 2% 부족했었다. 그래서 다른 걸 해 봐도 역시 100% 만족은 되지 못했다. 불교 학생회나 다른 수행 단체를 다녀봐도 어쩐지 겉도는 것만 같았다. 혼자서 책방을 이곳 저곳 기웃거리기도 했지만 늘 불교의 책을 언저리를 서성거렸었다. 지금 되돌아 보면 그게 모두 삶이란 무엇인지 이른바 '존재의 실상'에 대한 끌림 같은 것이었다. 나는 그 끌림으로 끝내 깨달음을 얻게 되었지만 이 앎에 관한 ..

나의 이야기 2022.11.10

핼러윈 참사

지난 밤에 이태원에서 대 참사가 났다. 금요일 뉴스에 이태원에 엄청난 인파가 주말에 몰릴거라고 했었는데 그 예상을 넘는사람들이 몰려 사고가 났다. 비탈길에 앞 사람이 넘어지면서 연쇄적으로 넘어지 면서 압사하는 대형사고가 났다. 이미 사망자가 151명이라며 더 늘어 날 수도 있단다. 왜 핼러윈에 사람들은 그렇게나 열광을 할까? 우리 명절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름다운 풍습이랄 것도 없는데. 한번 쯤 귀신이나 악마가 되어 보고싶은 심리가 우리네 마음 한구석엔 사라지지 않고 늘 자리잡고 있나보다. 마치 거짓말을 나쁜 짓으로 가르치면서도 만우절이라는 예외적인 날을 두는 것처럼. 착하고 거짓말 하지 않으며 살아가라는 게 우리 마음의 에너지를 어느 한 구석으로만 몰아놓은 것일까? 그래서 한번씩 그 울타리가 터지는 날에..

카테고리 없음 2022.10.30

난중일기

오늘 일요일 모처럼 스케줄이 없다. 보통은 등산 약속이 있는 편인데 이번엔 연휴라 내일 월요일에 등산을 한다고 전갈이 왔다. 나는 정상 출근하는 날이라 부득이 불참을 통보했다. 그리고 보니 하루종일 빈둥거렸다. 집사람에게 바람이나 쐬러 통도사나 다녀올까 했더니 몰살나서 싫단다. 모처럼 한가한 시간이라 미뤄뒀던 책 난중일기를 읽었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당시 심정이 적나라하게 씌여있었다. 지금 우리 생각보다 전쟁은 훨씬 길었다. 정유재란까지 7년이나 걸린 긴 전쟁 이었다. 공의 정신력은 처음이나 마지막이나 한치 흐트러짐이 없었다는게 경이롭고 절로 옷깃을 저미게 된다. 어찌 인간적인 아픔이 없었을까... 원균의 모함으로 옥에 갇혀 죽음 일보직전 까지간 고초를 겪고 만신창이로 출옥 하였을 즈음에 ..모친상을..

일상 2022.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