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歲暮)에 친한 친구의 부인상 부고가 떴다. 그 친구도 암으로 투병중인데 그 부인마저 세상을 떠나버리니 참으로 참담한 심경이다. 동기회 카톡방에는 애도의 문자가 줄을 이었다. 그리고 새해 아침 시치미 뚝 떼고 해가 떴다. 어제의 그 애도는 다 어디가고 해는 모든 걸 잊은듯 떠올라 있다. 일월(日月)이 인정에 굽히겠느냐는 어느 고승의 말이 생각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죽음이란 것을 맞고 또 어느 생명은 새로이 탄생하는 듯 보일 것이다. 이렇게 중중무진으로 펼쳐지는 생명현상이 바로 화엄세계의 모습이다. 우리는 이렇게 태어나고 죽고 하는데 천지엔 아무런 흔적도 없다. 마치 새가 아무런 흔적도 없이 날아가듯. 원래부터 생사란 그저 생각 속에 있는 무엇이라 그 생각 놀음을 벗어나는게 공부의 요체라 했..